‘좁고 깊은 것’은 ‘나’ 그 자체이기도 하며, 작업 전반을 이루는 형태적 특징이다.
좁고 깊다는 것은 비교적 명확한 방향이 있음을 나타낸다. 나는 하얀 벽을 도화지 삼아 오로지 내 두 손으로 형태를 만들고 조각한다.
척박한 상황 속에서 탄생한 물체는 다른 곳에 마음을 둘 여유조차 없는 좁고 깊은 나를 닮아 더 좁게 높게 향해간다.
옛말에 그릇을 마음에 비유하던데, 좁고 깊은 그릇은 나를 참 많이 닮은 듯하다.
얇지만 단단한 기벽은 내 스스로 쌓은 나의 성벽이며, 깨질 듯한 모양새는 얄팍한 나의 성질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