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토크 VOSTOK 매거진 45호 - 시선에 관하여
2024년 5–6월호 | VOL. 45
특집 | 시선에 관하여
001 The Neighbors _ Arne Svenson
014 Airshow Crowds _ Casey Steffens
024 Landing Lights Park _ David Rothenberg
036 Camera Club _ Chris Verene
054 Make Me Beautiful _ Lu Yufan
070 Coda _ Elizabeth Bick
084 Experimental Relationship _ Pixy Liao
098 관종 되기, 권력중독일까 저항의 도구일까 _ 이라영
104 아래로, 더 아래로: 바닥없는 무한 스크롤링과 보기의 디지털 노동 _ 이연숙
110 인스타그램 뒤의 작가들 _ 김지효
116 ‘빛삭’에 대한 단상: 삭제의 관점에서 SNS 세계의 시각 문화를 돌아본 연구 노트 _ 김신식122 보이지 않는다 _ 김인정
130 예스 위 캠 _ 김민
148 Casefile001 _ Sean Davidson
160 Weather Camera Self-Portraits _ Tatu Gustafsson
170 False Positives _ Esther Hovers
184 Viewing Distance _ Evan Hume
196 How to Secure a Country _ Salvatore Vitale
210 [연재: 영화의 장소] 터칭 스페이스: 스마트휴먼의 몸짓과 장소 _ 유운성
218 [연재: 일시 정지] 사진과 글, 글과 사진 _ 서동진

우리는 모두 찍고 찍히며
구경하고 구경거리가 되는 존재들
누구야? 어디야? 사진을 보면서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이다. 아, 누구를 찍었네. 오, 어디를 찍었군. 사진에서 가장 먼저 ‘무엇을’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 무엇이 잘 파악되지 않아 수수께끼처럼 다가오는 사진에는 금세 흥미를 잃어버리게 된다. 누구인지 또는 어디인지, 그 무엇을 파악할 수 있을 때 그리고 그 무엇이 보편적으로 아름답거나 기억해야 할 순간으로 보일 때 사진은 수긍할 만한 이미지가 되어 쉽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동시대의 예술사진들이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이유도 유출할 수 있다. 알지 못하는 누군가와 알 수 없는 어딘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진에서 도대체 무엇을 봐야 하는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어렴풋이 그 무엇을 파악한다고 해도 그다지 아름답거나 기억해야 할
장면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 “누구야?”, “어디야?” 물어보고 대답을 듣는다고 해도 별 소용이 없을 때가 많다. 이럴 때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이다. 사진가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또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가?
지금 우리의 눈앞에 있는 사진 작품은 곧 사진가가 마주했던 장면이다. 이를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진가는 사진 프로세스 안에서 여러 고민과 선택을 거쳐 이미지를 완성한다. 말하자면, 무엇을 재현하든 사진에는 바라보는 과정과 보여주는 과정이 중첩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바라보는 과정은 대상에 접근하는 관점과 태도와 연결되고, 보여주는 과정은 사진 매체의 이해도와 숙련도에 좌우된다. 이는 결국 사진가가 대면하고 있는 세상과 사진 매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 곧 시선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렇기에 동시대의 사진 작품은 대체로 ‘무엇을’ 보여주기보다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즉 작가의 자기만의 시선을 드러내는 데 몰두한다.
하지만 시선의 문제는 단지 사진가에게만 해당되는 사안이 아니다. 바라보는 자가 있다면 보여지는 자가 생겨나고, 찍는 자가 있다면 찍히는 자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 사진을 구경하는 자도 늘어나기 때문에 사진에서 시선의 문제는 여러모로 복잡해진다. 사진 앞에서 우리는 모두 찍고 찍히며, 구경하고 구경거리가 되는 존재이다. 사진 앞에서 우리는 이미지에 각자의 시선과 욕망을 투사하지만, 반대로 이미지 속에 기입된 시선과 욕망에 물드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게 바라보고 또 보여지는 과정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사진에는 시선을 둘러싸고 여러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때로 일방적인 시선(관음과 감시, 대상화와 타자화, 차별과 혐오 등)에서 비롯된 불평등과 폭력을 마주하면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시선을 주고받는 일의 의미와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된다.